스키캠프 후기
눈 뜸과 동시에 거실 TV를 켠 순간 오늘은 어제보다 2-3도 내려간 추위가 이어지겠으며,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에 난 짜증스럽게 옷장 문을 열고서, 두툼한 라운드 티를 한 장 꺼냈다.
지난해 추위에 무진장 고생을 한 터라 내 CPU에서 "케이스가 뭔 상관이냐! 따뜻하면 장땡이지."란 메시지를 아주 강하고도 연속적으로 날렸기 때문이다.
덕분에 캠프 사진에서 맘에 드는 사진은 하나도 없다^^
스키 들고, 부츠 가방 메고, 카메라 걸치고 어째든 걱정을 한참 하고서, 지하 마구간에서
까만 나의 애마에 채찍을 가하는 순간 “아차! 2부제!”. 오늘은 백마만 주차 가능하다는 홀수날. 하는 수 없이 애마를 두고 나와 많은 짐들로 인하여 우여곡절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마차 하나 잡아 타고서, 주차장에 들어 서니 언제나 열심인 유 경종샘이 날 반겨주었다.
하나 둘 강사의 모습과 지난해 만났던 참가자들이 오뉴월 벼 자라듯 한 뼘(?)씩은
키가 커 의젓한 모습으로 버스에 올랐는데, 몇몇이 조금 늦는 바람에 당초 출발 시간보다는, 15분 늦은 9시 45분에 성우로 향하였다.
미리 키/체중/발 사이즈를 알려 준 덕에 스키부 지정 렌탈샵인 용성 스포츠에선,
각자 부츠 가방만 달랑 들고 나옴으로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.
역시 몇 번의 행사를 치른 덕에 많은 요령과 잔머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^^.
캠프마다 들리는 자매 식당 떡만두국의 구수한 맛은 주인 언니(?)의 후한 인심과 함께,
아이들에게 시골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 주기엔 더 할 나위 없는 식사 시간이었다.
드디어 “언제 타요. 언제 타요.” 노래를 부르며 기다리던 오후 스키 시간.
일단 예전 참가자인 9명이 먼저 리프트에 오르고, 첨 참가하는 나머지들은 실력 평가도
할 겸 베이스에서 기초 강습을 받은 후 스키를 즐길 수 있었다.
역시 유연한 애들이라 뻣뻣한 어른들과 달리 배움의 속도가 두세배는 빨랐는데,
예전 참가자중 이제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된 친구들은 가끔 스키장을 다녔는지 제법 그럴싸하게 내려오는 것이 대견스럽기까지 하였다.
그 중 까불이 기욱이가 일취월장하여 아주 멋지게 탔는데, 기욱아! 담엔 엄마께 꼭 고글만은 챙겨 달라고 말씀 드려라. 사진마다 강한 햇빛을 받아 그 잘난 얼굴이…
한편 조 원택샘이 9명이란 애들을 데리고 떼 스키를 타니, 신참 패트롤이 붙잡아 세워
사설 강습은 안 된다며 일침을 가하려는데, 기독병원 스키 팀이란 말에 온 스키장 무전기에서 토토 스키팀은 잡지 말라는 무전이 울려 퍼지기도 하였다.
그 동안 조 원택샘이 쌓은 공에 톡톡히 덕을 본 순간이기도 하다^^
그렇게 4시 30분까지 오후스키를 타고서 간단한 뷔페로 식사를 하는데, 몇몇은 먹다 말고 밖으로 나가 고드름을 깨고 말 타기를 하다 조 원택샘에게 붙들려 오기도 하였다.
녀석들의 뛰어 난 체력은 두시간 내도록 식당을 들락거리며 뛰고 장난을 쳐대는데,
아마도 식당 관계자들도 좀 힘들었으리라.
전원 곤돌라를 타고서 정상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한 후 다시 야간스키를 즐겼는데,
오후보다 좀 더 신중하게 타려는 녀석이 있는 반면 그냥 오후에 배운 기본기로
냅다 속력만 내고 내려가는 녀석이 있어 건조한 나의 식도에 마른 침을 몇 번씩이나
삼켰는지 모른다. 꿀~~꺽.
하지만 이제 충분한 워밍업이 되었는지 마치 미꾸라지마냥 요리조리피해 다니고, 중심도 잘 잡아 넘어지고 부딪히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 다행이었다.
밤이고 뒷길이라 그런지 “선생님. 저 죽으면 어떡해요?”라며 가녀린 목소리로 자꾸만 되묻는 서연이 때문에 속으로 얼마나 웃었던지^^
하지만 그런 표현은 못하고 선생님이 옆에서 탈 테니까 걱정 말라고 다독이며 탔는데,
지금도 겁먹고, 불쌍하게 쳐다보던 서연이의 얼굴이 선하다.
서연아 내년에 다시오면 이 오빠(?)가 스키장에서 살아남도록 열심히 가르쳐줄게^^
대신 옷은 따뜻하게 입고와야 한다. 추워서 야간엔 얼마 타지도 못했잖니.
내 수제자 혁진이는 오후에 별성과 없이 몸만 푸는 정도로 끝을 냈기에 녀석이나 나 또한
좀 아쉬움이 남았는데, 야간에 어떻게 단 둘이서 타게 되어 이런저런 방법을 알려줬더니 마치 물 먹는 하마마냥 그 요령들을 다 받아들이고 열심히 타는 것이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타는 솜씨 치고는 꽤나 훌륭하여 정 호형샘에게 동영상을 부탁했는데 올려주시려나…
하여간 캠프 참가자 모두 의무실 신세 안지고, 무사히 원주에 도착하여 부모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어, 4번째 스키 캠프 역시 보람있는 행사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.
강사님, 그리고 참가자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.
이번 캠프에 업무가 바뻐 광 팔고 죽은 몇몇 샘들은 내년에 꼭 참석하실꺼죠?
스키부엔 연사가 없다는거 아실 줄 믿고^^…